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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리뷰

파묘 후기 Exhuma Review

알레시아 2024. 3. 22. 2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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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영화 <파묘>를 보았다. 영화 보기 전에 모르고 보는 것을 더 좋아해서 일부러 파묘 관련 영상들은 보지 않았다. 영화 보고 나서 궁금했던 것들을 정리해 본다. 

 

왜 그 할아버지의 혼령은 자기 후손들을 괴롭혔을까?

그에게는 증오 또는 악의만이 남아서 저승에 자기 후손을 데리고 가려고 했다. 

 

왜 그 여우 음양사는 자기 나라를 위해 일한 할아버지의 집안에 저주를 내린 걸까? 자기 나라를 위했어도 한국인은 적이라 생각해 싫어했을까? 처음에 기순애라고 들렸던 이름 기쓰네는 일본말로 여우를 뜻한다. 영화에 나온 "여우가 범의 허리를 끊었다."를 생각하면, 음양사가 호랑이(虎) 형상을 한 한반도의 중심이 되는 자리의 맥을 끊었다는 뜻으로 이해되었다. 

 

일제강점기에 일본인들이 쇠말뚝을 가지고 다니면서 우리나라의 강한 지기가 흐르는 곳에 쇠말뚝을 박아 망하게 만들려고 했다는 이야기들이 심심찮게 들리곤 했다. 

 

음양사는 일본 만화 <아베노 세이메이>를 통해 처음 접했다. 음양사는 고대 일본 왕실의 기관인 음양료에 속해 있던 관직의 하나이다. 음양오행 사상을 기본으로 점으로 치거나 하늘의 별의 배치를 보고 앞일을 점치고, 땅의 기를 읽는 풍수지리를 담당하는 지관일까지도 했다. 이후에는 주술로 적을 저주하거나 제사를 주관하는 일도 담당하게 되었다. 옛날 사무라이 시대에나 있던 직책인 듯 하지만, 의외로 1945년 일본에서 근대화가 시작된 이후에도 일본 중앙정부에 남아 있던 직책이었다고 한다. 태평양전쟁에서 패배할 때까지.

 

이 영화 속 정령은 1600년 세키가하라 전투에서 만 명을 죽이고 신적인 존재가 된 일본 무사였다. 그렇게 수많은 사람들을 죽였는데도 죽어서 신적인 존재가 되었다는 것이 무척 아이러니하다. 일본은 워낙 신이 많은 나라이니 그럴 수 있는가 보다. 도요토미 히데요시 같은 자나 명성황후를 시해한 자도 일본에서는 신사에서 신으로 모셔져 있다 하니......

 

영화를 보고 나서 처음에는 음양사가 왜 일본을 위해 일했던 사람의 묘를 악지에 썼는지 이해가 잘 되지 않았었다. 하지만, 이 점에 대해 몇 번 생각해 보니, 단번에 알게 되었다. 쇠말뚝을 가리기 위해서였다. 기이하게도 세로로 묻혀있던 관 속의 오니 자체가 쇠말뚝이었다. 그래서 지관인 상덕이 관을 빼내고 남은 자리에서 아무리 파도 아무것도 찾을 수 없었던 것이다. 참 사악한 것이 음양사 기순애는 자기 나라 귀신마저 사기 쳐서 쇠말뚝으로 이용해 버렸다는 것(오니에게는 남산의 조선 신궁에 모시겠다고 속이고 한반도에 데려와 태백산맥에 묻은 것). 

 

대살굿을 할 때 왜 돼지들을 가져갔을까?

파묘를 함으로써 예상되는 악한 살기가 인부들 대신 돼지에게 가도록 하기 위한 것이었다. 

 

화림은 왜 은어만 가져갔을까?

다이묘 오니가 화림에게 은어와 참외를 가져오라고 했을 때, 화림은 공포에 빠진 상태여서 오니의 말을 완전히 이해하지 못했다. 일본에는 우리나라의 것과 같은 노란 참외가 없다. 일본에서 참외는 모과의 한 종류와 비슷하다고 한다. 그래서 화림은 정신없는 와중에 참외를 알아듣지 못하고 은어만 기억해서 그것을 가지고 간 것이다.

 

다이묘 오니가 화림을 뒤쫓아 오던 중 마주친 할머니는?

화림이 모시는 신령이라고 생각했다. 수호신이기도 한 것 같다. 다이묘 오니가 일반 사람들보다는 물리적인 힘이 훨씬 세고 강하지만, 신령보다는 낮은 단계인 것 같다. 

 

어떻게 나무가 칼을 이겼을까?

상덕과 오니의 대결은 음양오행의 그것이었다. 상덕은 물과 목, 말 그대로 물에 젖은 나무로 싸웠고, 오니는 불과 금을 나타냈다. 물과 불, 그리고 목과 금의 대치였다. 일반적으로는 불을 끄는 것이 물이고, 목을 자르는 것이 금이다. 하지만, 항상 그런 것은 아니고, 불에 대적할만한 강한 물이 도와주는 목이라면 금을 이길 수도 있다. 영화에서 물에 젖은 나무가 불로 인하여 금의 속성이 약해진 칼을 이길 수 있었던 것처럼 말이다. 

 

마지막 결혼식 장면에서 찍은 단체사진은 어떤 의미일까?

인생에서 고난과 수모를 겪었어도 삶은 계속된다. 힘든 일을 겪고 나면 후유증이 남게 되지만, 그래도 할 수 있는 만큼 나에게 주어진 삶을 살아나가는 것이 인생이다. 

 

한 번 본 영화는 다시 안 보는 편인데, <파묘>는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 이후 다시 보고 싶은 영화이다. 감독님 인터뷰를 보니, 이 영화를 다시 보는 분들은 영화에서 박지용의 목이 돌아가는 과정에서 뒤에 있는 배경을 눈여겨보라고 하셨다. 내 기억에는 그 장면에서 뒤에 흐릿한 귀신이 있었던 것 같은데, 확인하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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